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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지나 봄 오듯 인생의 고락을 함께 견디고 나누는 세한歲寒·평안平安 특별전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1.01.10 09:15
  • 호수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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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 김정희, 조선 1844년, 그림: 23.9x70.4cm, 글씨: 23.9x37.8cm, 2020년 손창근 기증, 국보 제180호

겨울이 길면 길수록 봄의 충만함은 더욱 값진 법이다. 긴 기다림 뒤에 오게 될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아는 사람에게 고난은 힘겨움이 아니라 인생의 선물과 같다. 지금보다 300년 전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도 인생의 고락을 견디고 나누는 것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이는 지금의 어려운 시기에 조금의 위안이 될지 모르겠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평안’특별전을 통해 그에 다가갈 수 있다.

 

세한도 앞쪽 장황 부분

인생의 고락을 함께하다

전시는 조선시대 ‘세한’과 ‘평안’을 대표하는 19세기 두 그림 <세한도歲寒圖>(국보 제180호)와 <평안감사향연도平安監司饗宴圖>를 전시해 한겨울 추위인 ‘세한’을 함께 견디면 곧 따뜻한 봄날같은 평안을 되찾게 될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세한도>는 고난 중에서 우정이 더 견고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대에 독특한 문체를 남긴 추사 김정희는 그의 뛰어난 필력과 학식 탓에 세간의 권세를 피하지 못했고 조선시대 형벌 중 사형 다음으로 무거운 유배형에 처했다. 추사는 혹독한 추위를 이르는 ‘세한’의 시절을 보내면서도 그것을 견디고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이는 벗들과 나눈 따듯한 위로 때문이었다.

김정희가 초의선사에게 쓴 편지, 김정희, 조선, 33.3x46.4cm,

전시에서는 또한 <세한도>를 초고화질 디지털 스캐너로 스캔해 그림 세부를 자세히 보여주는 영상에서 눈으로 볼 수 없었던 김정희의 치밀한 필력을 확인할 수 있다. 건조하고 황량한 ‘세한’을 그림에 녹여내기 위해 물기 없는 마른 붓에 진한 먹물을 묻혀 사용한 필법은 그가 오랜 시간 갈고 닦은 필력에서 나온 결과이다.전시는 <세한도>의 모티브인 논어의 ‘세한연후歲寒然後 지송백지후조知松柏之後凋’, 즉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는 구절의 의미를 ‘세한의 시간’과 ‘송백의 마음’으로 나눠 감성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송백의 마음’ 공간에서 8년 4개월의 제주 유배 기간 동안 편지와 물품을 주고받으며 김정희에게 빛이 돼준 동갑내기 친구 초의선사草衣禪師(1786-1866), 역관이자 제자 이상적李尙迪(1804-1865), 애제자 허련許鍊(1808-1893)과의 따뜻한 인간관계를 보여주는데, 추사는 이들의 서화 주문 요청에 많은 작품을 제작하면서 세한의 시간을 예술적 승화의 시간으로 만들어나갔다.

 

전화나 컴퓨터 자판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는 현대인들에게 직접 쓴 편지나 문체는 가끔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그 나눔의 기능을 상실한 현실에서 그 가치에 대한 의미도 부여받지 못한다. 평생에 걸쳐 다듬고 갈고 닦아 완성해낸 필력의 진가가 어떤 것인지 김정희의 <세한도>는 전해준다.

 

연광정연회도, 전傳 김홍도, 조선 19세기, 71.2x196.6cm

평안감사 부임 축하연, 인생 최고의 순간을 담다

<평안감사향연도>는 조선시대 관리들이 선망했던 평안감사로 부임한 영예로운 순간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잔치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전시는 평안감사뿐 아니라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 하나하나에 주목할 수 있도록 했다. ‘길’, ‘환영’, ‘잔치’, ‘야경’으로 나눠 평양에 도착한 감사를 축하하는 잔치의 여정을 보여주는 영상 공간도 마련했다. ‘길’은 평안감사가 평양에 도착해 만나게 되는 대동문 앞 저잣거리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연광정연회도練光亭宴會圖> 속 저잣거리에 활기 넘치는 등장인물이 실물 크기로 전시장 안을 활보한다. ‘환영’에서는 잔치의 꽃인 평양 교방 기생들의 춤이 펼쳐진다.

연광정과 부벽루에서의 전통무용은 그 맥을 잇는 무용수의 퍼포먼스 영상으로 재현돼 관람객에게 특별한 환영幻影을 선사한다. ‘잔치’는 큰 벽 전체를 세 점의 작품으로 가득 채운 공간이다. 이 벽 맞은편에는 9대의 모니터로 작품 세부를 보여준다. 작품 조각 퍼즐을 맞추면서 관람객은 새로운 시각 경험을 하게 된다. 마지막 ‘야경’은 <월야선유도月夜船遊圖>의 대동강에서 열린 밤의 잔치 장면을 그래픽 미디어 아트로 구현한 공간이다. 어두운 대동강변이 성벽과 강가의 횃불과 강에 띄운 불로 화려한 향연장으로 변하는 과정을 재현한다.

<세한도>와 <평안감사향연도> 두 작품은 삶의 고락이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겨내고 기뻐할 수 있다는 평범한 일상의 가치를 되새기게 해준다.

전시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온라인 강연과 테마전도 함께 마련돼 있으니, 국립중앙박물관 유튜브를 통해 접할 수 있다.

 

월야선유도, 전傳 김홍도, 조선 19세기, 71.2 x 196.9 cm

전시 개요

•전시 기간 및 장소•
2020. 11. 24. ~ 2021. 1. 31.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전시품•
국보 제180호 <세한도>,
<평안감사향연도> 등 18점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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