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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만 믿고 맡길 수 없다-탄소중립을 위한 민간의 노력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1.01.10 10:30
  • 호수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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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후변화협약 대상국 모두가 기후위기 대응에 노력하겠다는 파리협정이 5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기후 대응 노력은 여전히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대유행을 맞으며 탄소중립과 그린뉴딜을 통해 전염병 확산과 기후변화 추세를 동시에 억제해보겠다는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각국 정부들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에 고심하는 가운데, 민간에서의 움직임이 돋보이고 있다.

 

부끄러운 수치로 드러난 기후변화대응 현실

코로나 여파로 제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 26)가 일 년 뒤로 미뤄지면서 파리협정 체결 5주년이 되는 지난 12월, 유엔과 총회 의장국인 영국의 공동 주최로 기후목표 정상회의가 화상으로 진행됐다. 12월 13일 진행된 이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050년 국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올해 안에 마련하고, 2030년 국가결정기여를 절대량 목표 방식으로 전환해 유엔에 제출할 것임을 밝혔다. 그리고 이틀 뒤,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확정,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5대 기본방향과 부문별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그리고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7년 대비 24.4% 감축으로 정했다. 이는 지난 2015년 6월에 제출한 2030년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 목표를 선진국 기준인 절대량 방식으로 전환한 것으로서, 감축이행의 확실성을 높이기 위해 국외 감축비중을 줄이고 국내 감축비중도 기존보다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의지에도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성적은 여전히 최하위권이라는 평가 결과가 공개됐다. 파리협정 5주년을 앞두고 유럽의 독립 평가기관인 저먼워치, 뉴클라이밋연구소, 기후행동네트워크는 ‘2021 기후변화대응지수’를 발표했다. 한국의 ‘2021 기후변화대응지수’는 전체 61위 중 53위로, 지난해 58위에서 5계단 상승했다. 하지만 평가기관은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수준은 여전히 매우 미흡하며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대응지수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온실가스 다배출 상위 57개국의 기후정책을 비교 평가하는 조사로 해마다 발표되는데, 온실가스 배출 관련 모든 지표에서 한국은 낙제점을 받았다. 이번 조사 대상국의 절반 이상인 32개국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냈지만, 한국의 경우,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2.5%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정책 의지가 약하다고 평가됐다.

특히 한국의 재생에너지 관련 평가 순위는 지난해 ‘보통’(32위)에서 ‘미흡’(40위)으로 크게 하락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된 국가의 절반을 넘는 38개국에서 재생에너지의 1차 에너지 비중이 이미 10%를 상회하는 반면, 2018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2.3%로 크게 낮은 수준이다. 아울러, 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비중을 2030년까지 20%, 2040년까지 30~35%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의욕적이지 않다고 지적됐다.

물론 미흡한 기후변화대응은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후변화대응지수 평가 결과, 1~3위는 없었고 4위(스웨덴)부터 순위를 매겼다. 미국(61위), 캐나다(58위), 호주(54위), 러시아(52위) 등 국가의 기후변화대응지수는 모두 매우 미흡한 국가로 분류됐다.

 

민간기업은 저탄소 경제로 이동 중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도 국내외 석탄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은 탄소중립 선언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 정부는 국내에서 7개의 새로운 석탄발전소 사업을 진행 중이고, 최근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석탄발전소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린피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 공공·민간기관은 지난 12년 동안 석탄 사업에 약 55조원을 투자했고, 해외 사업의 92%는 공공기관이 참여했다. 한국의 이러한 모순적인 행동은 국제 사회로부터 강력한 비판을 받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의 민간기업은 저탄소 경제로 이동 중이고, 정부도 이러한 계획을 추진할 수 있는 일부 여건을 마련했다. 한국 4대 금융지주 가운데 하나인 KB금융그룹이 최초로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고,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 등 삼성 계열사도 석탄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글로벌 연기금들이 삼성물산의 베트남 석탄발전소 참여를 비판하는 등 글로벌 투자자의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에 참여하는 RE100 캠페인도 지속되고 있다. RE100 캠페인은 기업이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발적 캠페인이다. 이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고 기업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기업 전략으로 활용된다. 국제단체인 CDP 위원회, The Climate Group 등의 주도로 구글과 애플, MS, BMW, 나이키 등 278개 기업이 참여 중이다. 국제적 영향력·인지도를 보유하고, 상당량의 전력을 소비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CDP 위원회는 연간 100GWh 이상의 전력소비 기업에 대해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을 제3기관을 통해 검증하며, CDP 위원회의 연례보고서를 통해 이행실적 공개한다. 달성목표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설정하되, 2030년 60%, 2040년 90% 이상의 실적을 달성할 필요가 있다.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매스, 지열에 한정해 재생에너지 사용실적으로 인정하며, 직접발전, 외부구매(녹색인증전력, 인증서) 등의 수단으로 목표를 이행한다. 재생에너지 조달이 용이한 인증서 구매, 녹색요금제, 전력구매계약이 90% 이상 이행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탄소중립 위한 활동가들의 활약

기업들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다양한 활동가들의 활약도 이어지고 있다. 내년으로 미뤄진 COP26을 기억하기 위해 젊은 기후운동가들은 모의 COP26을 진행했다. 모의 COP26 폐막식에서 교내 기후교육 요구, 합법적으로 규정된 생태계 파괴 범죄,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녹색 회복 등이 포함된 18개 조항 조약을 제시했다. 모의 COP26은 세계 지도자들에게 젊은이들이 세계 협상을 조정할 수 있고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회의 선언문에 따르면 모의 COP26 회의에는 140개국에서 330명의 대표단이 참가했다. 대표단은 11세에서 30세 사이였으며 63%가 여성 또는 비이민자였다. 72%의 대표들이 제3세계로부터 왔고, 그 회의는 그들의 목소리를 우선시하기 위해 진행됐다. 감비아에서 온 23세의 대표는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특히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의 영향에 매우 취약하다. 그래서 나는 모의 COP26이 우리가 우리의 우려를 제기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데 정말로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세계 지도자들이 이 젊은 운동가들의 조약을 법적 구속력으로 받아들일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다. 이번 회의의 조약이 비록 법률이 되지 않더라도 젊은 기후리더들의 목소리를 보여주고 공식 COP 대표단들에게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현장에서는 COP이 청소년이 주도했다면 지난 10년 동안 국제사회가 이룬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발전을 이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생태계 파괴가 반인륜 범죄로 인정받도록 하는 법안이 국제 및 환경분야 최고 변호사들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에서 추진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은 대규모 생태학적 피해를 전쟁 범죄, 반인륜 범죄, 대량학살과 동등한 강제 가능한 국제 범죄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생태계의 법적 정의를 규정하는 작업을 지난 12월 시작했다.

스웨덴 국회의원의 요청으로 스톱 에코사이드(Stop Ecocide) 재단에 의해 시작된 지구촌 생태계 파괴를 범죄화하려는 이 작업은 이미 유럽 국가뿐 아니라 해수면 상승에 매우 취약한 작은 섬 국가들의 지지를 얻었다. 선발된 패널은 필립 샌즈 QC 런던대학 교수와 플로렌스 뭄바 국제형사재판소(ICC) 전 판사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스톱 에코사이드 재단에 의하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 아이디어를 옹호하겠다고 적극 약속했고, 벨기에 정부도 이 아이디어를 지지하기 위해 외교적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ICC는 “2016년 ICC 정책 논문은 공식적으로 사법권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반인륜적 범죄 등 기존 범죄를 더 넓은 맥락에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 각지에는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그리고 고의적인 환경파괴가 진행되고 있다. 생태계 파괴에 대한 구속력 있는 법 제정은 생태계 파괴에 책임 있는 사람들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될 뿐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더 이상의 파괴를 막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위원회는 2021년 초에 법적으로 집행 가능한 생태계 파괴 정의 초안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렇듯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 매일 수많은 개인과 공동체가 싸우고 있다. 이들 한 사람은 많은 사람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리고 자연에 대한 무책임하고 윤리적 관념이 배제된,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생태적 범죄가 법망의 허술함에 용인되지 않도록 구속력 있는 법적 토대를 통해 막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탄소저장의 보루인 생태계의 파괴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의지에 달린 문제를 넘어선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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