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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선언한 30년 내 탄소중립, 돌이킬 수 없는 재앙 막을 마지막 기회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1.01.10 10:45
  • 호수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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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 기후위기는 비상상황이다. 전 세계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이 종식 이후에 또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기후위기는 시급히 극복해야 하는 중대 사안이다. 팬데믹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환경재앙들이 기후위기로 인한 지구 생태계 파괴에서 비롯된 이유다. 경각심을 가진 세계 각국들은 탈탄소화를 잇따라 선언하며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보고에 의하면 세계는 2030년까지 매년 온실가스를 7.6%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이뤄야 산업화 이전 대비 안정적 목표인 1.5도 지구온도 상승을 유지할 수 있다.

 

서구권 탄소중립 선언과 계획들, 선도적인 정책 시행 불러올까

당선 1일차에 파리협정 재가입을 선언한 미국 조 바이든 당선인은 국제사회의 기후목표 달성을 위해 미국의 모든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 국제사회에 화석연료 보조금 철폐를 요구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을 도모할 의지를 보였다. 바이든은 환경과 경제는 전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그린뉴딜’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중요한 프레임워크로 채택했으며 바이든의 기후공약의 핵심은 ‘청정에너지혁명’과 ‘환경정의’다.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한 행정 메커니즘 마련, 기후에너지 분야 R&D에 10년간 4000억 달러 투자, 2035년까지 건물 탄소발자국 50% 감축 등 청정에너지기술 보급을 지원하고, 오염물질 불법배출기업 처벌, 깨끗한 식수 접근성 보장, 취약계층에 청정에너지경제 혜택 우선 제공 등을 통해 사회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오염유발기업의 권력남용을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유럽 국가는 EU 집행위원회에서 2019년 12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이니셔티브로 유럽 그린딜을 발표했고, 폴란드를 제외하고 모든 EU회원국이 유럽 그린딜에 합의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목표라는 그간의 목표를 취소하고, 2030년까지 최소 50%, 최대 55%로 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또한 기후 목표 달성의 핵심인 친환경 재생에너지 공급의 긴급한 전환을 포함했으며, 우리나라 그린뉴딜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농업부문, 지속가능성 정책, 생물 다양성 회복 등을 약속했다.

영국의 경우 2050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R&D, 탈탄소화 정책이행, 홍수방제 강화 등 기후환경문제 해결에 수년간 약 5.8조원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2019년 11월 기후보호법을 제정한 독일의 경우는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과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법적구속력을 설정했다. 기후보호법은 중장기 온실가스 배출 감축목표를 확정한 독일 최초의 법인데, 2030년부터 천연가스 포함 화석연료 난방설치 전면 금지, 전기차 구매 보조금 상향, SUV 등 환경저해 차량의 자동차세 인상, 국내선 EU노선 항공세 인상, 석유 보일러 폐기 보조금 지급 등을 포함한다.

국제적으로 기후대응 평가가 가장 좋은 스웨덴 정부는 전력인증제도와 같은 다양한 정책 규제 시행으로 204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2045년까지 온실가스배출 제로 달성을 목표로 한다. 스웨덴은 기후적, 지리적 특성상 지열과 풍력 등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자원 개발에 유리하다. 재생에너지원을 이용한 전력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2012년 전력인증법령을 제정하고, 2003년 5월부터 전력인증제도를 도입했다. 재생에너지원을 사용해 전력을 생산한 자에게 생산 전력 1MWh당 1개 인증서를 발급하며, 이를 전력공급업체에 판매해 추가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또한 전력 판매회사는 자사의 총 전력 판매량에 비례해 할당되는 분량의 인증서를 의무적으로 구입하도록 했다.

 

동북아 탄소중립 계획, 아시아 지역 파급력 기대

미국과 유럽지역이 역사적으로 탄소 배출에 가장 많은 책임이 있는 지역이라면, 근래 전 세계에서 배출된 탄소의 3분의 1은 한국과 중국, 일본이 뿜어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한중일 세 나라 또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2050년까지, 중국은 2060년까지가 목표다. 동아시아 지역은 온실가스를 다른 어느 곳보다 많이 내뿜는 지역이기에 한중일 3국의 탄소중립 선언은 기후위기 극복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난 10월 국회 임시회 연설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탈탄소 목표를 발표했다. 스가 총리는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이 산업구조와 경제시스템의 전환을 초래해 보다 높은 수준의 성장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규제 개혁을 통한 녹색투자 확대, 환경분야의 디지털화를 이용한 효율적 녹색화를 진행할 예정이며, 그간 지속해온 석탄 관련 정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현재 일본은 2018년 기준 전체 전력 생산량의 32%를 석탄화력발전소를 통해 생산하고 있으나 노후발전소 폐쇄 등 석탄의존도를 낮추고 수소와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월 제75차 UN총회에서 2030년 이전 CO2 배출 정점에 도달, 2060년 이전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주요 국가들의 탄소제로 목표연도가 2050년인 것에는 미치지 않지만,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1위 다배출 국가인 중국이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전격 선언한 것만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분석 자료에 의하면 중국이 2060년 목표를 달성할 경우 누적량 기준 약 215G톤의 온실가스 감축, 지구 평균온도 0.2~0.3도 상승 억제가 가능하다. 중국 정부는 적극적인 기후정책을 도입해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를 상향할 예정이며, 과학 기술혁명을 통해 녹색 재건에 주력할 것을 표명했다. 또한 지난 11월 전국 규모의 단일 탄소거래시장을 구축하기 위해 ‘전국 탄소배출권거래 관리방법’을 발표하고 2020년 12월 1일까지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중국,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도 지난 10월 2050년 탄소중립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발표,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2021년도 그린뉴딜 예산을 대폭 증액했고, 그린뉴딜 기본법 발의 등 제도적, 정책적 기반 마련을 추진했다.

한중일의 탄소중립 선언으로 경제환경적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며, 탄소중립의 핵심 수단으로 탈석탄 정책을 선택해 주목받고 있다. 3국은 전 세계 인구의 약 20.8%, GDP의 24.2%를 차지, 전 지구 온실가스의 25.7%를 배출해 2050년 탄소중립 경로 이행시 경제환경적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적 경제 전환, 재정 투자 등 실천적 의지 보여줘야

이제 중요한 것은 각 정부가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각국은 구체적인 장기 로드맵을 통해 탄소중립 선언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그 일환으로 EU 집행위원회는 그린딜 추진을 위한 투자계획으로 유럽 그린딜 투자계획과 공정 전환 메커니즘을 발표했다. EU 예산과 그린딜 참여 주체들이 투자를 통해 향후 10년 간 약 1조 유로 규모의 재원을 조성하며, 공정 전환 메커니즘을 통해 녹색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지역의 노동자와 주민을 대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전환기금에는 최대 400억 유로의 추가 자금이 투입될 예정인데, 이는 그린딜에서 결정된 75억 유로보다 5배 이상 확대된 규모다.

영국 공공정책연구소(IPPR)는 석유 노동자들을 단순한 관리적 쇠퇴가 아닌 청정에너지 분야로의 관리적 전환이 화석연료에 덜 의존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인 경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안정적이고 안전한 일자리 확보를 위해서는 이제 미래의 저탄소 사업에 투자하고, 노동자들이 석유와 가스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기술교류를 제공하며, 미래산업에서 일자리 질이 확고하게 최우선 과제에 오를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세계 나라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탈석탄과 탈원전을 동시에 추진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는 사실상 어려워 결국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기차 보급 확대, 가정용 냉난방의 탈탄소화 등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되면서 전기 수요는 지금의 배로 늘어날 예정인데 재생에너지로는 이런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유럽연합은 환경오염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보급을 확대하고, 수소경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는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저탄소 에너지원이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원전 없이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보고 원전을 에너지 정책에 포함하고 있다. 친환경 정책을 내세운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도 계절이나 날씨에 영향을 받는 재생에너지를 보완하는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와 함께 차세대 원전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제로를 선언했지만 현재 에너지 정책으로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판 그린 뉴딜은 다른 주요국과 유사하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이를 저탄소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기회로 삼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산업 수출 기반을 유지하는 동시에 산업부문을 탈탄소화하고 경제 활동과 에너지 소비를 탈동조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전체 발전의 40%를 차지하는 화석연료를 어떻게 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에너지시스템의 구조전환을 반영하고 관련 장애요인들을 해결하는 대안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많은 나라들이 일제히 선언하고 있는 탄소중립 목표는 실질적인 이행로드맵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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