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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하나 되는 해외 환경교육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1.02.10 10:33
  • 호수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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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환경교육현장의 모습은 다양하다. 그 나라가 우선하고 다듬어놓은 환경교육의 현장은 그곳의 지향점이자 환경의 미래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은 모든 것의 바탕이며 모든 것의 시작이다. 자연과 가까운 다양성을 갖춘 환경교육이 세계 각지에서 자리를 잡고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참조 및 정리: 뜨거운 지구열차를 멈추기 위해

 

생태철학을 배우고 익히고 경험할 수 있는 슈마허대학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 에른스트 슈마허는 주류 경제학인 시장 논리에 지배되는 경제가 아닌 공존을 통해 유지되는 자연의 경제, 생태철학을 경제에 적용한 경제학자다. 그의 생태철학에 깊이 공감한 생태사상가 사티쉬 쿠마르는 동료들과 함께 1991년 슈마허대학을 설립했고, 이곳은 자연과의 관계회복을 바탕으로 삶과 학습을 통합하는 대안학습공동체의 모델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슈마허대학에는 일주일, 한 달, 일 년 단위로 진행되는 다양한 과정이 있다. 모든 커리큘럼과 학습내용은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는 생태세계관을 중심으로 하고, 자연과의 깊은 관계에 기반을 두고 진행된다. 각 프로그램은 채식, 명상과 성찰, 산책을 위한 충분한 시간과 공간으로 구성되고 또 작은 규모로 운영된다. 구성원 모두는 요리, 청소, 정원 가꾸기에 참여해야 하는데, 이 방식은 공동체 의식을 갖도록 만든다. 매주 수요일에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이벤트 강좌 <지구와의 대화>가 열리는데, 이는 슈마허대학에서 추구하는 지역과의 소통을 위한 아주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이곳 슈마허대학은 1년 과정으로 석사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생태디자인, 전환의 경제학 전공으로, 경제-사회-환경적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생태적 가능성을 찾아가고, 생태경제와 사회적 경제의 이론과 실천을 통합하는 방법을 배운다. 지속가능하고 생태적인 생활을 꿈꾸거나 지지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데는 자연으로 돌아가 경험하는 속에서 얻게 되는 배움에 대한 사람들의 바람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생명에 대한 공감과 배려를 배우는 동물복지교육

오늘날 가장 크게 우려되는 사회문제라면 내가 아닌 다른 생명에 대한 경시풍조다. 동물은 말할 것도 없고 어린 아이들에게도 잔인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죄책감 없이 자행하는 현상들이 심심치 않게 뉴스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사회가 됐다. 반사회적인 동물을 학대하는 잔인한 행위의 근저에는 생명에 대한 공감과 배려의 부재가 있다. 다른 생명에 대한 연민은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타자에 대한 폭력성에 쉽게 노출되는 청소년들에게 바람직한 생명관을 기대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교육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해졌다.

13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진 독일동물복지연합에는 1년 과정의 동물복지 교사양성 과정이 있다. 이곳의 교육생들은 교육학과 동물복지 이론에 바탕을 둔, 반려동물, 학교와 배움, 인간과 동물, 야생동물과 가축 등의 세부과목을 배운다. 그리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례와 실습토론 수업을 설계하고 학습자료를 만든다. 이렇게 양성된 전문가들은 초중고등학교에 파견돼, 다양한 현장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동물복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저학년 대상 수업에서는 동물이 사육되는 곳과 같은 크기의 모형을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 보도록 한다. 밀집사육이 동물에게 주는 스트레스를 직접 느껴보도록 하는 방법이다. 청소년들에게는 동물복지 봉사활동을 주제로 경험담을 나누거나, 지역 동물보호소와 연계해서 축제나 모금활동을 직접 준비하도록 한다. 책임 있는 육류 소비방법을 연구하는 연구소에 견학을 가기도 한다.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자연교육

한국보다 앞서 이미 1970년대 은둔형외톨이가 사회문제화된 일본에서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 왔다. 이 가운데 은둔형외톨이, 등교거부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연의 품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다독여주고, 살아가는 힘을 배울 수 있도록 자립을 지원하는 학교가 있다. 바로 일본 자연학교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구리코마고원자연학교다. 일본에서 자연학교란 자연체험활동을 위한 장소, 프로그램, 지도자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이나 조직을 말한다. 캠프, 하이킹, 자연관찰부터 농업 및 어업체험, 전원생활 등 다양한 생활체험을 할 수 있다.

구리코마고원자연학교는 모험교육, 탐험교육을 기본으로 살아가는 힘을 몸에 익히는 자연학습을 추구한다. 살아가는 힘이란 1990년대 후반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새로운 교육목적 가운데 하나로, 사회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스스로 과제를 발견하고, 배우고, 생각하고,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해 문제를 해결하는 자질과 능력을 뜻한다.

자연과 함께하는 모든 일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은 스스로 고민하고,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고, 몸을 움직여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 공교육이 꽉 짜인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면, 구리코마고원자연학교는 자연 속에서 보내는 일상을 통해 조금씩 천천히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여성을 노동에서 해방하고 친환경마을로 만드는 기술교육

아프리카 지역 여성들 중에는 집안일로 학교에 제때 가지 못하고 생계에 뛰어들어야 하는 사례가 많다. 이들 여성들이 노동에서 해방되고 자신만의 일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환경기술교육이 있다. 한 기업에 의해 2010년부터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 여성들에게 등유램프를 태양전구로 바꾸는 교육을 제공해왔다. 그 결과, 2019년 기준으로 4000여 명의 여성들이 태양전구를 설치하고 판매하는 창업가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시골마을은 물론, 전기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도시 지역의 150만 가구가 혜택을 봤다. 대규모 화력발전소도 하지 못한 일을 소규모 단체가 해낸 것이다. 이 시스템은 주민들이 공동체를 직접 통치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와도 맞닿아 있어서, 여성들의 인권보장과 자립 또한 가능해졌다.

또 유엔환경계획이 제작한 한 애니매이션은 캄보디아 시골여성의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 여성은 또래 남자들이 도시에서 학교나 직장에 다닐 때, 고향에 남아 가족과 가축을 돌보고 가내수공업으로 옷감을 만들며 생계를 이어왔다. 어느 날, 재생에너지업체의 지원으로 집에 소똥을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 바이오가스 파이프가 설치되자, 그 여성의 생활은 극적으로 나아졌다. 땔감을 모으느라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됐고, 요리 시간도 단축됐으며, 수공예품을 더 만들어 팔고, 마을의 아픈 사람들을 돌볼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이 여성은 자신의 경험을 마을 사람들과 공유했고, 이전까지 나무땔감을 쓰던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바이오가스를 쓰기 시작했다. 지금 이 마을 사람들의 삶은 더 윤택해졌으며 또 친환경적으로 바뀌었다. 이 이야기는 교육이 여성이 가진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마을 전체를 변환시킨 사례로서, 교육을 통한 환경기술이 여성들에게 삶의 희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우리 교육의 오늘을 새롭게 정비할 수 있는 사례로 참고해야

살펴본 외국의 사례는 교육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인성을 기르는 중요한 주제로서 자연교육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돌아보게 한다. 지금과 같이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학교들이 장기간 온라인으로 수업을 전환하고 있는 때, 청소년들의 사회성과 인성을 어떻게 키우고 발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다른 접근의 교육 혹은 보완책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력과 경제적 가치에 초점을 맞춰온 교육이 가져온 부작용들을 직시하고 이전과 다른 교육을 위한 고민과 탐구를 해야 할 때가 됐다. 코로나로 인해 현장학습이 막혀 있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삶을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기본권으로서 모두에게 공평하게 제공돼야 하는 교육 본연의 가치를 되새기는 참교육을 해외 사례를 통해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의 교육사례들을 배우고 우리의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따져보며 성찰해야 한다. 학교에 갇힌 교육이 아닌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생각하고 다른 생명을 아끼는 성숙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책임 있는 교육이 무엇일지에 대한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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