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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의 숨겨진 가치와 활용방안, 미래를 좌우한다
  • 임호동 기자
  • 승인 2021.03.10 10:51
  • 호수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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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살아가면서 눈으로 가장 많은 정보를 얻고 판단한다. 이에 우리는 종종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귀중함을 잘 모르고 살아간다. 생존에 필수적인 공기나 다른 사람들의 애정과 관심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물에도 그런 존재들이 있다.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과거부터 미래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자원인 지하수다.

 

숨겨진 수자원, 지하수

지구상에는 약 13억 6000만km3 정도의 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 중 97.2%는 염류가 섞여 용수로 사용할 수 없는 바닷물이며, 2%는 극지방이나 높은 산에 빙하나 얼음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즉 사람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약 0.8%의 적은 양뿐이다. 그마저도 강과 하천 등 지표면에 흐르는 지표수는 0.1%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0.7%에 해당하는 물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곳, 땅 속에 있다. 비나 눈이 내리면땅 속 토사나 암반에 스며들게 되고, 스며든 물은 지하의 빈 곳을 채운다. 지하에 물이 함양돼 형성된 곳을 대수층이라 부르며, 대수층에 형성된 물을 지하수라 부른다.

지하수는 지표수의 100~200배에 달할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 숨겨진 바다(Hidden Sea)로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지하수는 느리지만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며 하천과 호수 등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땅 속에 위치해 증발의 위험이 적은 지하수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해 가뭄을 예방하고, 물 순환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자원이다.

하지만 지하수는 수자원을 저장·공급하고, 물순환의 고리 역할보다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수자원으로 활용돼 왔다. 땅만 파면 얻을 수 있는 지하수는 지표수에 비해 개발기간이 짧고 저렴한 비용으로 깨끗한 용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과거부터 식수나 각종 용수로 사용돼 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농업용 지하수의 개발·이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농업용 지하수의 시설 수는 2배, 이용량은 1.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수막재배 등 지하수를 이용한 재배기술의 개발도 농업용 지하수 이용을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과거 식수나 생활용수로 사용되던 지하수는 농업을 목적으로 착취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하수의 착취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하수는 빗물이나 지표수의 함양으로 보충되는데, 보충량보다 사용양이 많을 경우 쉽게 고갈돼 버릴 수 있다. 고갈된 지하수를 복원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며, 지표수와 토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과도한 사용과 함께 오염물질의 침투로 오염될 경우 복구에도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토양의 표토층이 얇아 유역의 물 저장능력이 적고, 국토의 65%가 산악지형인데다 하천의 경사가 급해 해수로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 지하수의 보충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은 지하수 고갈로 이어질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지하수 이용량은 해외 다른 국가에 비해 크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인해 지표수가 고갈되고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지하수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제라도 지하수를 제대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지하수,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해야 할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관리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현재의 상황을 알 수가 없고 상황이 악화되든 완화되든 그 효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땅 속에 흐르는 지하수 역시 마찬가지다. 지하수는 지표수에 비해 수량과 수질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또한 지표면을 통해 재충전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리므로 유지관리 역시 어렵다. 이를 눈에 보이는 수치로 재정비하고 관리하기란 여간 까다로운 작업이 아니다. 이에 지하수를 개발·이용할 경우에는 주변 지역의 수자원 분포 및 생태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중장기 계획의 수립이 필요하다.

이에 과거부터 지하수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해외의 경우 오래전부터 지하수 관리에 다양한 정책과 방법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하수를 사용하는 국가로 꼽히는 미국의 경우 환경청을 비롯해 농무부, 개간국, 토지관리국, 지질조사국 등이 각 분야별 개별법에 따라 지하수 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각 부처마다 지하수 개발, 이용, 관리 업무에 맞는 법률 및 제도를 마련해 관리하고 있는데, 주로 환경청은 수질을 중심으로 연방 법률과 제도를 정비하고, 개발과 이용, 관리 업무는 각 주의 주정부가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전체 수자원 이용량 중 24%를 지하수로 공급하고 있으며, 전체 인구의 44%가 지하수를 식수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만큼이나 지하수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유럽연합 역시 지하수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유럽환경청(EEA)을 중심으로 1970년대부터 지하수 수질 및 수량 관측과 결과에 대한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1995년부터 유럽의 수질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하고 있는 EEA는 지역 지하수 수질측정망, 지방오염원 측정망, 음용수 측정망 등을 구축해 지하수의 기초자료를 구축하고, 이에 대한 분석을 실시해 정책수단의 수립 및 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조사를 통해 인공 급수 등의 관리로 지하수를 일정 수위에 맞게 유지하는 한편, 다양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해 해당 정보를 대부분의 국가에서 제약조건 없이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유럽 역시 전체 수자원 이용량 중 20% 이상을 지하수로 공급하고 있으며, 그 수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하수 기초자료의 구축을 위해 환경부가 중심으로 ‘지하수 기초조사’, ‘지하수 이용실태조사’ 및 ‘지하수시설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수위관측망 및 수질측정망을 운영하고 있다. -

지하수 기초조사는 지질조사·물리탐사·시추조사 및 지하수의 수위·수질 조사 등을 통해 전국의 지하수에 대해 부존 특성 및 개발 가능량 등에 관해 조사하고 있으며, 지하수 이용실태조사는 지하수 이용량 산정, 개발·이용시설 및 수질 현황 등에 관한 사항을 조사하고 있다. 지하수시설 전수조사는 관정, 집수정, 지하댐 등 현재 사용 중인 시설과 더불어 사용하지 않거나 방치된 시설, 허가·신고하지 않고 사용하는 불법시설 등 지하수 관련 모든 시설을 조사해 조치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조사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초조사의 경우 실적이 미비하다. 1990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30여년 가까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예산 및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전국을 기준으로는 조사를 완료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완조사가 필요하나 이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지하수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의 법적 조치도 미흡해 지하수 관리 미흡 시설이나 오염여부, 방치공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귀해지는 지하수, 관리가 먼저다

우리나라의 지하수 관리가 지금까지 미흡했던 이유는 우리나라의 물 이용이 대부분 지표수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지하수 이용량은 약 40억m3로 수자원 전체 이용량의 10%대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미국과 유럽에 비해 적은 편이다. 이는 40년 전과 비슷한 수치다. 또한 상수도 보급률이 99%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하수의 주 사용처 역시 식수나 생활용수가 아닌 농업용수로 비교적 주목을 받지 못한 수자원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의 물 관리는 대부분 지표수를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지하수 관리와 이용 문제는 차후의 문제로 치부돼 왔던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량 저하와 가뭄의 장기화로 인해 지표수에 대한 변수가 높아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만성적인 물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하수는 지표수만큼이나 중요한 수자원이자, 비상 용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2018년 물관리 일원화를 통해 국토교통부에서 관리하던 지하수 수량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해 환경부가 지하수의 수량과 수질에 대한 통합관리를 시작할 수 있게 기반을 마련했다. 환경부 역시 지하수의 수질보전 등에 관한 규칙 개정(2018년 8월)을 시작으로, 적법한 지하수 이용을 위해 올해 대국민 홍보 및 미등록시설 전수 조사사업(2020년) 등을 통해 그동안 미비점으로 지적됐던 지하수 관리와 개발에 대한 정책을 보완·수정해 나가고 있다.

지표수에 비해 증발될 위험이 없는 지하수는 제대로 관리만 한다면 일정 수위를 유지하면서 사용할 수 있으며, 댐이나 저수지 등이 필요한 지표수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개발·관리가 가능한 수자원이다. 가지고 있는 가치만큼이나 그 가치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가꾸고 관리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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