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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와 활용여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수자원, 빗물
  • 임호동 기자
  • 승인 2021.03.10 10:54
  • 호수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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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은 가치가 있으며, 그 가치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때때로 그 가치의 척도가 달라지는 수자원이 있다. 바로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이다. 시기에 맞춰 내려주는 단비는 고맙다가도, 홍수를 비롯한 재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과거에 빗물은 배출하기 급급한 가치가 낮은 수자원이였다면, 지금은 이용가치가 큰 수자원으로 꼽힌다. 빗물의 정확한 가치는 얼마나 될까?

 

두 얼굴의 비

지난해는 유독 많은 비가 내린 한 해였다. 기상청과 관계부처 24개 기관이 합동으로 작성한 ‘2020년 이상기후 보고서’ 발표에 따르면 2020년은 역대 가장 긴 장마철과 집중호우, 그리고 이상 기후로 인해 연 누적 강수량(1591.2㎜)이 여섯 번째로 많은 해로 기록됐다.

실제 지난해 여름 중부지방에서는 장마가 6월 24일 시작해 8월 16일에 끝나며 54일간의 장마일수를 기록했으며, 전국에 비가 내리는 강우 일수도 28.3일로 가장 길었다.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693.4mm로 1973년 699.1mm 이후 2위를 기록했다. 장마 이후에도 ‘장미’, ‘바비’, ‘마이삭’, ‘하이선’ 등 4개 태풍이 상륙하며 피해를 줬고, 11월에도 서울 86.9mm, 춘천 85.5mm, 제주 98mm, 광명 100mm의 강우량을 기록하며 104년 만에 11월에 가장 많은 비가 내린 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로 인한 피해는 상당했다. 지난해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재산피해는 1조 2585억 원(공공시설 1조 1343억원, 사유 1242억원)으로 추산됐으며, 46명이 사망·실종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2010~2019년의 연평균 재산 피해액(3883억 원)과 인명 피해(사망·실종 14명)에 비해 3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많은 사람들이 빗물로 인해 피해를 겪으면서 비를 원망했고, 비를 관리하지 못한 관리 책임이 있는 기관들이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불과 1년 전인 2019년도만 해도 이와 다른 양상이었다. ‘2019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나라는 너무 적은 강수량과 잦은 폭염으로 가뭄을 겪었다. 30mm 이상 내리는 강우 일수가 2000년대 13일에서 2010년대 들어 11.8일로 줄어들었고, 가뭄일수는 2000년대 54.9일에서 2010년대 63.1일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2019년은 연평균기온이 13.5℃로 평년(12.5℃)보다 높고 2016년(13.6℃)에 이어 기상관측 이래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온을 기록한 반면, 연평균 누적 강수량은 1171.8㎜로 평년(1207.6~1446.0㎜)보다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2020년이 너무 많은 강우로 고통을 받았다면, 2019년은 너무 적은 강수량과 고온현상으로 전국이 가뭄으로 고통을 받았던 것이다.

이처럼 비는 많이 내리면 많이 내리는 대로, 적게 내리면 적게 내리는 대로 피해를 준다. 하지만 비를 내리게 만들고 양을 정하는 자연 현상을 인간이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결국 비를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비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빗물의 가치

지구는 흔히 물의 행성으로 불린다. 실제 지구 표면의 71%는 물로 덮여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97.2%가 바닷물이다. 다양한 염류가 포함된 바닷물은 식수는 물론 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다. 결국 지표면의 물 중 2.8%만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담수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약 2%는 극지방이나 고산지대에 빙하나 얼음으로 존재하고 있다. 약 1%에 해당하는 담수만이 강이나 하천, 혹은 지하수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변화와 수질오염, 그리고 물 순환 저하 등은 물 부족 현상을 불러오고 있으며, 수자원 확보를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 전 세계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구에 존재하는 담수가 모두 육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대기권에 존재하는 물이다. 수증기, 구름 등의 형태로 지구 전체 물의 0.001%를 차지하는 대기권의 물은 태양빛을 반사하거나 지표면으로부터 방출되는 열에너지를 흡수·방출해 지구의 온도조절 역할을 하다 응축되면 중력에 의해 지표면으로 떨어진다. 바로 강우 현상이다.

이처럼 비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얼마 안 되는 담수 중 하나로 소중한 수자원이다. 하지만 수자원에 대한 관심이 지금만 못했던 과거 대부분 도시에서는 하늘에서 공짜로 쏟아지는 비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해 방지를 위해 비를 신속하게 물을 배수할 방법에만 관심을 뒀다. 그 결과 비는 지표면에 흡수되지 않고 빠르게 배출됐다.

또한 인구의 급증과 도시용지 수요증가로 인해 지표면에 아스팔트와 시멘트가 뒤덮기 시작했고, 지표면의 불투수율은 빠르게 늘어났다. 이로 인해 빗물은 지표면으로 침투·침루하지 못했고, 그저 빠른 배수를 목표로 한 도시 관리 정책에 따라 빗물은 그대로 유출됐다. 빗물의 침투량과 증발산량은 감소하고, 유출량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물 순환 악화가 심화되면서 도시의 물 순환은 완전히 깨져버렸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도시는 수질 악화 및 심각한 건조화, 지하수 고갈, 홍수 및 도시 침수 발생 등 심각한 물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물 순환의 악화는 도시 열섬현상과 여름철 폭염 심화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물순환이 깨지면서 도시의 지속성과 쾌적성도 깨져버렸다. 비라는 소중한 수자원을 그저 버려 버린 것도 모자라 도시를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비의 가치를 우리는 너무 무시해 왔던 것이다.

 

서울시가 보급한 빗물 저장이용 시설

빗물을 관리하고 활용하라

우리나라에는 한 해 평균 약 1307mm의 비가 내린다. 이는 우리나라를 빗물로 채울시 성인의 가슴높이까지 차는 양으로, 절대 적은 양이 아니다. 결국 빗물은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하늘이 주는 소중한 수자원이 될 수도, 재해의 원인이나 버려지는 물이 될 수도 있다.

잘 관리된 빗물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이 될 수 있다. 실제 빗물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는 서울시와 수원시의 경우 빗물을 재활용하는 시설들이 늘어나고 있다. 빗물탱크나 저류지에 저장된 빗물을 화장실이나 도로 세척, 옥상 화단이나 정원에 공급해 재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2009년부터 레인시티를 목표로 하고 있는 수원시 역시 빗물 재활용 시스템을 꾸준히 구축하며 ‘물 순환 도시’를 조성하고 있다. 현재 수원시에 설치된 공공·민간 빗물 저장시설은 317개소로, 올림픽 규격 수영장 40여개를 채울 수 있는 10만 3983.48㎥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다. 일각에서는 빗물을 식수로까지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다.

또한 빗물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회복시켜줄 수 있다. 빗물은 물순환을 통해 토양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도시 열섬현상 완화, 미세먼지 및 가뭄·홍수 등의 재해도 예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많은 도시들이 저영향성개발(LID: Low-impact development)’을 도입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악화된 물 순환을 복원하기 위해 미국에서 개발된 토지이용 계획 및 도시개발 기법인 ‘저영향개발은 강우유출 발생지에서부터 침투, 저류를 통해 도시화에 따른 수생태계를 최소화해 개발 이전의 상태에 최대한 가깝게 만드는 토지이용 기법이다.

아스팔트나 시멘트 등 불투수성 면적을 축소해 빗물의 투수성과 저류를 확보해 수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이를 토대로 빗물순환을 확보해 도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환경문제를 해결해 도시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서울시와 수원시를 비롯한 지자체가 저영향개발을 도시개발에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2010년대부터 정부 역시 저영향개발 기법을 토지이용 및 도시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환경부의 경우 2013년 저영향개발 기법의 구체적 내용을 정리한 정부 최초의 지침서 ‘건강한 물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저영향개발 기술요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며, 그린뉴딜 이후 도시의 물 순환 체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지속해서 개최하고 있다.

빗물은 흔히 하늘에서 뿌려주는 공짜 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잘 관리된 비는 또 다른 수자원이자 생태계와 도시환경을 관리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매우 가치가 높은 자원이다. 빗물이 우리의 일상을 해치는 재해의 원인이 아니라 가치가 높은 수자원이 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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