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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물 부족 국가인가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1.03.10 10:57
  • 호수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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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일상과 모든 경제활동에서 핵심적인 요소다. 물은 단순히 마시기 위함만이 아닌 사람답게 살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 되는 자원이다. 모든 자원이 그렇듯, 물 역시 각 나라마다 가용양이 다르며 그것을 관리하는 능력에도 차이가 나, 물이 풍요로운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간 경제적 수준뿐 아니라 삶의 질을 가늠할 정도로 막강한 무기가 된다. 한국은 체감과 달리 물 부족 국가로 통용되면서 사람들의 걱정거리가 되곤 했다.

 

늘어나는 물 발자국

생태발자국, 탄소발자국과 마찬가지로 물 발자국이라는 개념이 있다. 발자국 개념은 사람들 각자가 환경문제에 관여하고 있음을 각인시키기 위해 고안된 것이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환경용어가 됐다. 발자국은 지구에 족적을 남기는 인간의 활동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물 발자국은 거주 국가와 개인의 소비 패턴에 따라 계산돼 개인의 물 영향을 평가해볼 수 있게 한다. 마찬가지로 한 국가가 가지는 물 발자국도 측정이 가능하다. 나라마다 물의 가용성과 질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 나라의 물 발자국은 그 나라의 수자원과 경제수준, 나아가 생활수준도 알려준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국제무역을 이용해 상품을 교역하기 때문에 물은 전 세계적인 자원으로서, 한 나라의 물 발자국은 그 나라만의 발자국이 아니라 교역 상대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UN은 현재 물 사용이 인구 증가의 두 배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런 추세가 반전되지 않은 한 2025년까지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물 스트레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마가렛 캐틀리 칼슨 세계경제포럼 국제의제이사회 회장은 “물은 경제에서 놀라울 정도로 복잡하고 미묘한 힘”이라며, “그것은 모든 도시의 확장에 대한 하나의 제약이며, 은행가들과 기업 임원들은 경제성장의 유일한 자연적 한계로 그것을 꼽았다”면서, 물이 가지는 영향력을 상기시켰다. 세계적인 물 부족 현상의 심화와 물 스트레스의 증가는 하나로 연결된 세계에 동시적인 파급력을 가져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물 발자국

한 국가의 물 발자국은 생산과 소비의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생산과정에서의 물 발자국은 국가 내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지역 수자원 양이다. 여기에는 농업, 산업, 가정용 물 사용량에 대한 물 발자국이 포함되며, 이는 국경 내에서 소비되는 물 총량과 흡수용량을 알려준다. 이것은 도시, 지방, 강 유역, 심지어 전 세계와 같은 모든 행정단위에서도 측정될 수 있다.

또한 소비의 관점에서 물 발자국을 볼 수 있다. 이 경우, 한국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소비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물 발자국이 계산된다. 이 물 발자국은 제품이 현지에서 생산되거나 수입되는지에 따라 부분적으로 국가 내부와 그 밖에 있을 수 있으며, 모든 관리 단위에서 소비의 물 발자국을 측정할 수 있다. 

생산과 소비의 물 발자국은 국가의 물 사용과 외부 수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알려주는데, 이것은 정부가 그들의 수자원을 관리하고 그들의 경제개발, 식량 안보, 국제 무역관계와 물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생산에서의 물발자국은 지역 수자원에 가해지는 압력의 양을 측정하고, 그것들이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결정하는 기초가 된다. 소비과정에서의 물발자국은 그 나라 주민들의 생활수준과 생활방식을 반영한다. 국경 내부와 외부에서의 물 발자국의 양과 위치는 국가의 외부 물 의존성과 식량안보 등 다른 자원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첫 단계가 된다.

실제 북아프리카, 멕시코, 중동과 같이 수자원이 제한된 나라들은 그들 인구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입품에 의존해야 한다. 이는 일본이나 싱가포르처럼 국토 면적이 제한된 국가들에게도 해당된다. 유럽은 수자원과 국토 면적이 풍부하지만, 수자원의 40%를 국경 밖에 두고 있다.

 

농산품의 국제 교역을 통한 보이지 않는 물 거래(1996-2005). 물 교역이 5Gm3/yr 이상인 것만 표시됨(출처: 유네스코-IHE).

한국의 물 발자국

한국은 어떠한가. UN 산하 물·환경 전문 교육기관인 유네스코-IHE의 국가 물 발자국 자료에 의하면 한국은 국내에서 22%, 외부에서 78%의 물 발자국을 가진다. 물 발자국의 80%가량이 외부 수입 혹은 경제활동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한국이 물 부족 국가라고 알려졌지만 직접적으로 물 부족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면에는 이처럼 외부에서 이뤄지는 물 수요가 큰 이유가 있다. 이에 더해 여름에 강우가 집중되는 한국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이 물 부족 국가로 알려지게 된 것은 2003년 국제인구행동(PAI, population Action International) 연구소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을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한 데 있다. 몇 년 뒤 이를 UN이 인용하게 됐고, 이 내용이 국내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물 부족 국가로 와전된 것이다. 국제인구행동은 1인당 가용 수자원량을 기준으로 1700m3 이상이면 물 풍요 국가이고, 1000~1700m3은 물 스트레스 국가, 1000m3 미만일 때 물 기근 국가로 분류했다. 한국은 조사 당시 1453m3였기 때문에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된 것이다.

대부분 한국 국민들은 물 부족에 대해 체감하지 못하지만, 지역과 계절에 따라서는 일시적 물 부족현상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지금도 상대적으로 수원 확보나 수도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지역에서는 단수나 제한 급수가 벌어지기도 한다. 즉 한국은 지역적, 시기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국가라는 점은 사실이다. 또한 근래 들어 작년을 제외하고 마른장마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여름에 집중되는 장마가 사라진다면, 국가 전체가 물 스트레스 국가 혹은 물 부족 국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탄소 배출만큼이나 위험한 물 소비

다른 자연자원과 마찬가지로 물은 전 세계적으로 불균등하게 분포돼 있다. 물은 채취되는 곳에서 소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물의 소비 양상은 물의 가용성에 따라 다르다. 각국의 1인당 물 발자국을 살펴보면 국가의 물이용 실태에 관해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 물 사용이 인구 증가의 배가 됐고 몇 년 안에 세계 대부분의 지역이 물 스트레스 국가가 된다는 UN의 경고는 하나로 연결된 세계경제가 물 자원에 발이 묶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물 발자국이 지구가 제공할 수 있는 물 순환의 범위를 넘어서게 되면 지구의 건강은 악화되고 미래의 불확실성은 커질 것이다. 물은 순환자원이지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라마다 물 발자국은 다르지만 결국 그 피해는 함께 짊어질 수밖에 없다. 국제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국가 간 탄소 규제를 도모하고 있는 현실에서, 멀지 않은 미래에 물 소비를 줄이기 위한 국제 규제 또한 만들어지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보이지 않는 물 발자국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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